詩心의 향기/시詩(필사)

해삼 / 강기원

폴래폴래 2016. 7. 31. 12:02





         해삼


                                          -강기원


   바다의 남근이 배달돼 왔다

   상자를 열자

   걸쭉한 향내가 풍겨 나온다

   무정자증의 사내들

   물컹한 뿔 세우고

   어슬렁거리는 대도시 가로질러

   내 안으로 성큼 들어선 캄브리아기 바다

   거무튀튀한 바다의 조르바

   도마 위에서 꿈틀거린다

   토막 내도 토막대로 다시 살아나는

   고생대의 영혼

   바다를 구워 먹으랴

   바다를 삶아 먹으랴

   날것인 채

   널 삼키니

   내 깊은 허기로 극피의 밀물이 든다



   시집『지중해의 피』민음사 2015



   -1957년 서울 출생. 이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1997년<작가세계>로 등단. 시집<고양이 힘줄로 만든 하프>

   <바다로 가득 찬 책> 김수영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