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삼
-강기원
바다의 남근이 배달돼 왔다
상자를 열자
걸쭉한 향내가 풍겨 나온다
무정자증의 사내들
물컹한 뿔 세우고
어슬렁거리는 대도시 가로질러
내 안으로 성큼 들어선 캄브리아기 바다
거무튀튀한 바다의 조르바
도마 위에서 꿈틀거린다
토막 내도 토막대로 다시 살아나는
고생대의 영혼
바다를 구워 먹으랴
바다를 삶아 먹으랴
날것인 채
널 삼키니
내 깊은 허기로 극피의 밀물이 든다
시집『지중해의 피』민음사 2015
-1957년 서울 출생. 이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1997년<작가세계>로 등단. 시집<고양이 힘줄로 만든 하프>
<바다로 가득 찬 책> 김수영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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