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랑하는 기이한 세계
- 조용미
내가 보고, 내게 보이는 것들
내게로 와 내 눈에만 살며시 보이는 헛것들
속삭이며 귓속을 울리는 내 것이 아닌 이 숨소리들
나의 감각이 구축한 튼튼하고 허약한 세계
내가 설계한 기이한 건축물
나는 죽을 사람을 보고 당신은 죽은 사람을 본다
나는 빛의 어둠을 보고 당신은 암흑의 광휘를 뽑아낸다
나는 침묵의 굉음으로 아프고
당신은 소리 없는 곳에 산다
능소화를 밟고 여름을 지나온다
독이 많은 꽃들이 피뢰침처럼 피어난다
노랗고 붉은 큰 꽃들의 목이 다 비틀어져 있다
『작가세계』2013년 가을호
- 1962년 경북 고령 출생. 1990년<한길문학>등단.
시집<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일만 마리 물고기가 山을 날아오른다>
<삼베옷을 입은 자화상><나의 별서에 핀 앵두나무는><기억의 행성>
김달진문학상, 김준성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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