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령의 여자 / 김윤배

 

 

 

 

 

 

 

  차령의 여자

 

 

                                         - 김윤배

 

 

 바람이 작은 수련 위에 머물러 있다

 눈꽃, 어린 영혼의 수련 한 송이를 수면으로 밀어올리기 위해

 바람은 묵상에 든 지 오래다

 

 먹구름이 차령 너머에 서성거리고 있다

 

 아름다운 가게에서 돌아온 수련이

 활짝 웃는다

 수련의 영혼에 올릴 구름옷 한 벌 눈웃음으로 데려와

 수련을 들여다본다

 수련 기다리던 바람의 눈이 닫힌다

 고요해지는 수련이다

 

 수련은 뭉게구름 건너 아름다운 가게에 오래 머문다

 어떤 날은 청색 진바지를 만나 환하고

 어떤 날은 흰줄 블라우스를 만나 환하다

 

 오늘은 아름다운 가게를 다녀오지 않고도 환하다

 수련의 어린 영혼 위에 머물고 있던

 바람의 눈이 열리고

 차령이 가깝게 내려 선 날이다

 수련은 차령의 여자다

 

 

 『서정시학』2013년 가을호

 

 

 

 - 1986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 시집<떠돌이의 노래>

   <혹독한 기다림 위에 있다><바람의 등을 보았다><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