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무논의 책 / 이종암

폴래폴래 2013. 8. 4. 16:54

 

 

 

 

 

 

 

 

 

 

 

 

 

 

 

      무논의 책

 

 

                                                - 이종암

 

 

 아버지는 멋진 책을 잘 만들었다

 봄과 여름 사이 오월의 논에 아버지

 산골짝 물 들여와 소와 쟁기로 해마다

 무논의 책 만든다

 

 모내기 전의 무논은 밀서(密書)다

 하늘과 땅이 마주보는 밀서 속으로

 바람이 오고 구름이 일어나고

 꽃향기 새소리도 피어나는 무논의 책

 

 어머니 아버지 책 속으로 걸어가면

 연둣빛 어린 모가 따라 들어간다

 초록 치마를 펼쳐놓은 책 위로

 하늘이 구름 불러 햇볕과 비를 앉히고

 한철 또록또록 그 책 다 읽고나면

 밥이 나왔다

 무논의 책이 나를 키운다

 

 

 

 

  시집『몸꽃』애지 2010년

 

 

 

 1965년 경북 청도 출생. 1993년<포항문학>으로 등단.

 시집<물이 살다 간 자리><저 쉼표들>

 포항 대동고등학교 교사. 경북작가회의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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