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논의 책
- 이종암
아버지는 멋진 책을 잘 만들었다
봄과 여름 사이 오월의 논에 아버지
산골짝 물 들여와 소와 쟁기로 해마다
무논의 책 만든다
모내기 전의 무논은 밀서(密書)다
하늘과 땅이 마주보는 밀서 속으로
바람이 오고 구름이 일어나고
꽃향기 새소리도 피어나는 무논의 책
어머니 아버지 책 속으로 걸어가면
연둣빛 어린 모가 따라 들어간다
초록 치마를 펼쳐놓은 책 위로
하늘이 구름 불러 햇볕과 비를 앉히고
한철 또록또록 그 책 다 읽고나면
밥이 나왔다
무논의 책이 나를 키운다
시집『몸꽃』애지 2010년
1965년 경북 청도 출생. 1993년<포항문학>으로 등단.
시집<물이 살다 간 자리><저 쉼표들>
포항 대동고등학교 교사. 경북작가회의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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