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복사꽃 花煎 / 김명리

폴래폴래 2013. 5. 9. 07:59

 

 

 

 

 

 

 

 

            복사꽃 花煎

 

                                                 - 김명리

 

 

 복사꽃 철 맞아 소풍을 갔더랬다

 나무에 기대어 서서

 봄날은 간다~

 누군가 휘파람에 가까운 노래를 불렀었는데

 

 복사꽃 그늘 속으로

 마음 몰아치던 저 봄날

 

 뺨이 패이도록

 올해의 봄바람은 더욱 사납고

 그해의 복사꽃은 죄다 져버렸으니

 

 남아 있는 향기로 화전이나 부칠까 어쩔까

 하는 사이

 서러운 그이들 뿔뿔이 떠나고

 화톳불 삼킨 듯 봄꽃의 속내는 달아오르고

 

 비 듣는 윤사월에 턱 고이고 앉은,

 

 세월은 사무치는 사람의 가슴에

 몇 점의 붉은 핏방울로 복사꽃을 새겼다

 

 

 

 시집『불멸의 샘이 여기 있다』문지 2002

 

 

 

 

 -1959년 대구 출생. 1984년<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물 속의 아틀라스><물보다 낮은 집><적멸의 즐거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