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봄 / 곽재구

폴래폴래 2013. 3. 18. 12:21

 

 

 

 

 

 

 

 

 

       

 

                                    - 곽재구

 

 

 다시 그리움은 일어

 봄바람이 새 꽃가지를 흔들 것이다

 흙바람이 일어 가슴의 큰 슬픔도

 꽃잎처럼 바람에 묻힐 것이다

 진달래 꽃편지 무더기 써갈긴 산언덕 너머

 잊혀진 누군가의 돌무덤 가에도

 이슬 맺힌 들메꽃 한 송이 피어날 것이다

 웃통을 드러낸 아낙들이 강물에 머리를 감고

 오월이면 머리에 꽂을 한 송이의

 창포꽃을 생각할 것이다

 강물 새에 섧게 드러난 징검다리를 밟고

 언젠가 돌아온다던 임 생각이 깊어질 것이다

 보리꽃이 만발하고

 마실 가는 가시내들의 젖가슴이 부풀어

 이 땅 위에 그리움의 단내가 물결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곁을 떠나가주렴 절망이여

 징검다리 선들선들 밟고 오는 봄바람 속에

 오늘은 잊혀진 봄 슬픔 되살아난다

 바지게 가득 떨어진 꽃잎 지고

 쉬엄쉬엄 돌무덤을 넘는 봄.

 

 

 시집『사평역에서』창비. 1983년 초판, 1993년 개정판 발행.

 

 

 

 -1954년 전남 광주 출생. 전남대 국문과 졸업.

   1981년『중앙일보』신춘문예 당선

   시집<사평역에서><전장포 아리랑><한국의 연인들>

   <서울 세노야><참 맑은 물살> 등. 순천대 문창과 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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