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산오름 / 황인숙

폴래폴래 2013. 2. 19. 11:44

 

 

 

 

 

 

 

 

   산오름

 

 

                                         - 황인숙

 

 

 

 친구와 북한산 자락을 오른다

 나는 숨이 찰 정도로 빨리 걷고

 친구는 느릿느릿,

 그의 기척이 이내 아득하다

 나는 친구에게 돌아가 걸음을 재촉한다

 그러기를 몇 번, 기어이 친구가 화를 낸다

 산엘 왔으면, 나무도 보고 돌도 보고

 풀도 보고 구름도 보면서 걷는 법이지

 걸어치우려 드느냐고

 아하!

 친구처럼 주위를 둘러보며 걸으려는데

 어느 새 휙휙 산을 오르게 되는 나다

 땀을 뚝뚝 흘리며 바위에 앉아 내려다보면

 멀리서 친구가 느릿느릿 올라온다

 나무도 데리고 돌도 데리고

 풀고 데리고 구름도 데리고.

 

 

 

 시집『리스본行 야간열차』문지 2007

 

 

 

 - 1958년 서울 출생. 서울예대 문창과 졸업

   198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

   시집<새는 하늘을 자유롭게 풀어놓고><슬픔이 나를 깨운다>

   <우리는 철새처럼 만났다><나의 침울한, 소중한 이여>

   <자명한 산책><리스본行 야간열차> 등

   동서문학상, 김수영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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