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네이버포토갤러리
금붕어의 건망증
- 오명선
질문이 건너가기도 전에
눈빛이 마음에 닿기도 전에
나의 문장은 너에게 읽히지 못하고 사라졌다
너의 공식에 의하면
내 기억력은 딱 3초
기억이 녹스는 시간을
너는 일방적으로 요약하고 결론짓는다
소유권은 너에게 있지만
내 기억까지 소유할 수는 없다
내뿜는 물방울이
내가 쓴 길고 긴 문장이라는 것을 넌 알지 못했다
몸을 숨기던 수초도
헤엄쳐 온 길들도
징검다리는 되지 못했다
네가 생각하는 3초는 짧지만
이 어항 속의 3초는 천년,
나는 아직, 건망증의 힘으로 살아있다
시집『오후를 견디는 법』한국문연 2012
- 1965년 부산 출생. 부산여대 문창과 졸업.
2009년 <詩로 여는 세상>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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