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해변의 비디오 / 신영배

폴래폴래 2012. 5. 12. 10:32

 

 

 

 

 

 

 

 해변의 비디오

 

                                  - 신영배

 

 

 

 자동차가 해변에 멈춰 서 있다

 바닷물은 자동차 위 공중에 떠 있다

 푸른 손가락을 뽑아 들고

 차창에 입김을 불어

 소풍, 을 쓴다

 자동차 안의 연인들은

 발과 얼굴이 젖어 있다

 뒤를 비추는 거울 속

 하늘에서 물이 내려온다

 자동차는 바다 위 공중에 뜬다

 푸른 손가락을 뽑아 들고

 연인들은

 풍경이 거니는 빛의 길로

 젖은 네 개의 발로

 소풍, 을 간다

 

 웃는

 연인의 등을 비디오로 찍은 적이 있다

 해변처럼 휜

 

 서로의 얼굴에 입김을 불고

 글자를 쓰는 일

 연애란

 

 그리고 사라지는 글자를 보는 일

 

 목이 떨어지는 일

 

 연인의 등이

 해안사구에 눕는다

 

 수면 위의 바람은

 해변을 밀었다가 끌었다가

 

 집 한 채가 육지였다가 바다였다가

 우리는 해변의 연인

 서로의 몸에 해변, 을 쓴다

 

 몸은 흙이었다가 물이었다가

 

 떨어진 목을 옆구리에 끼고

 

 해변이 달린다

 

 연인의 등에서 물이 출렁인다

 보그르르 거품이 인다

 구름이 뜬다

 

 하얗게 웃는

 연인의 등을 비디오로 찍은 적이 있다

 

 

 

 시집『오후 여섯 시에 나는 가장 길어진다』문지 2009년

 

 

 

 

 - 1972년 충남 태안 출생. 2001년 계간<포에지>로 등단

  시집<기억이동장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