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정령치 부근 / 신승철

폴래폴래 2011. 12. 31. 10:46

 

 

 

 

 

 정령치 부근

 

                              - 신승철

 

 

 

 짙은 산안개 큰 도포 자락 날리듯 내려와

 앞산들이 보일 듯 말 듯

 가까운 숲들이 보일 듯 말 듯

 망막의 스크린 위에

 유령처럼 배회하는 흰 그림자들

 

 어둠을 건너려 하는 애원의

 목소리도 선명히 들려오는 듯했다.

 

 만복대로 가는 길

 그 숲길로 들어서 가다

 그 숲길에서 길 잃는 사람들

 실성한 것도 모르고 실성한 채

 안개 속으로 뿔뿔이 각자 떠나고 있다.

 

 만복대에서 내려가는 길

 그 새 안개 걷히고

 사람들 하나, 둘씩 어디에선가

 비밀스럽게 드러나고 있다.

 

 망막의 스크린 위로

 어너덧 함박꽃 웃음 같은 구름들이

 무리지어 이 부근을 떠도는 것이다.

 

 어떤 외로움은 제 빛에 휩싸여

 이미 떠나버렸고

 어떤 외로움은 여기 푸른 이파리처럼

 제자리에서 반짝거리며

 지나는 어린 바람과 사랑을

 희롱하기도 하면서.

 

 

 

 시집『더없이 평화로운 한때』서정시학 2011년

 

 

 

 

 - 1953년 강화 출생. 인천고, 연세대 의대 졸업

   1978년<현대문학>으로 등단 (박두진 추천)

   시집<너무 조용하다><개미들을 위하여>

   <그대 아직 창가에 서서 오래도록 떠나지 못하고 있네>

   현재 큰사랑노인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