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령치 부근
- 신승철
짙은 산안개 큰 도포 자락 날리듯 내려와
앞산들이 보일 듯 말 듯
가까운 숲들이 보일 듯 말 듯
망막의 스크린 위에
유령처럼 배회하는 흰 그림자들
어둠을 건너려 하는 애원의
목소리도 선명히 들려오는 듯했다.
만복대로 가는 길
그 숲길로 들어서 가다
그 숲길에서 길 잃는 사람들
실성한 것도 모르고 실성한 채
안개 속으로 뿔뿔이 각자 떠나고 있다.
만복대에서 내려가는 길
그 새 안개 걷히고
사람들 하나, 둘씩 어디에선가
비밀스럽게 드러나고 있다.
망막의 스크린 위로
어너덧 함박꽃 웃음 같은 구름들이
무리지어 이 부근을 떠도는 것이다.
어떤 외로움은 제 빛에 휩싸여
이미 떠나버렸고
어떤 외로움은 여기 푸른 이파리처럼
제자리에서 반짝거리며
지나는 어린 바람과 사랑을
희롱하기도 하면서.
시집『더없이 평화로운 한때』서정시학 2011년
- 1953년 강화 출생. 인천고, 연세대 의대 졸업
1978년<현대문학>으로 등단 (박두진 추천)
시집<너무 조용하다><개미들을 위하여>
<그대 아직 창가에 서서 오래도록 떠나지 못하고 있네>
현재 큰사랑노인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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