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네이버포토갤러리
모자
- 송찬호
난 어떤 밀고자를 알고 있다
저기 그가 헐레벌떡 뛰어오고 있다
벌써부터 그의 머리에서는 빵 굽는 냄새가 난다
귓속으로 한 웅큼 동전이 쏟아진다
자, 보세요 얼마나 잘 익었는지……
그러나 난 아쉽게도 이 빵을 모자로 뒤집어야 한다
난 모자 앞에서 늘 망설이는 편이다
아름다운 여자 아름다운 집 앞에서 머뭇거리는 것처럼
난 하나의 모자를 고른다, 그렇게
한 권의 훌륭한 책을 만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언젠가 헤어져야 할 날이 올 것이다
내 고단한 몸을 누일 때 그것이
머리 위로 천천히 들어올려지겠지
죽은 나비를 집어올리듯이
저기 누군가 헐레벌떡 뛰어오고 있다
보라,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내 인사는
이것을 만지작거리며 반가워하는 것이다
이 경의를, 빵 굽는 냄새 나는 이 모자를
『시와 세계』2011년 봄호
- 1959년 충북 보은 출생. 경북대 독문학과 졸업.
1987년<우리 시대의 문학> 등단.
시집<흙은 사각형의 기억을 갖고 있다><10년 동안의 빈 의자>
<붉은 눈, 동백><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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