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라는 꽃을 지우기 위해
- 배영옥
언젠가 목구멍 저 깊은 곳에 숨어있는 성대를
내시경 화면으로 본 적이 있다
어두컴컴한 목구멍 안쪽에서 소리가 되어 나오려고
파르르 떨고 있는 성대는
아주 작고 연약한 꽃잎이었다
내 손으로
눈 닫아걸고 귀 닫아걸고 입 닫아걸고 십년이 지났지만
너는 아직 내 안에 있었다
질문 없는 대답처럼
너는 꽃이 되어 있었다
너라는 꽃을 지우기 위해
나는 얼마나 긴 침묵과 싸워야했던가
스스로 씹어 삼킨 가시는
또 얼마나 깊이 폐부를 찔러댔던가
고통의 축제*는 끝이 없고
나는 얼마나 더 붉은 입술을 깨물어야하는지
또 얼마나 오래 숨죽여야하는지
목구멍에 핀 저 꽃에게 묻는다
*정현종의『고통의 祝祭』에서 따옴.
시집『뭇별이 총총』실천문학 2011
- 대구 출생. 계명대 대학원 문창과 졸업
1999년『매일신문』 신춘문예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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