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네이버포토
오래된 집
- 최서림
내 몸은 이미 녹슬고 덜커덕거리고 있어
흘려보내야 할 것들, 더 이상 붙잡지 말아야할 것들을
살비늘 속에 다 떨쳐버리고 싶어
모르스 부호처럼 내 귓속에 접속되지 않는 젊은 노래들,
둔탁한 나를 플라타너스 밑동 마냥 쓸쓸하게 하고
한때 즐겨 흥얼거리던 가사마저 문득
오래 전 가버린 여인의 S라인 몸매같이 낯설어지고
어깨 너머로 너무 많은 날들이 지나가버렸어
분침과 시침이 어긋나도 부지런히 돌아가는 시계처럼
헐떡이며 간신히 여기까지 흘러왔어
가끔씩 스텝이 엉겨도 그대로 넘어가는 탱고같이
단순한 인생이 그리워
더 이상 붙잡으면 추해질 것들을
탁한 세월 속에다 놓아버리고 싶어
밥물 끓어 넘치듯 부글거리는 욕망들,
빈 도마를 정신없이 두들겨대는 내 안의 식칼 소리들,
어느덧 앙금으로 가라앉아
남을 것만 남아있기를
내 몸은 너무 메마르게 서걱거리고 있어
시집『물금』세계사 2010
자서
가시 같은 말
잠들지 못하는 말에 이끌려
여기까지 걸어 왔다
내 안의 푸른 노새가 말의 이파리를 뜯어먹고 있다
2010년 초겨울, 최서림
- 본명 최승호. 1956년 경북 청도 출생.
서울대 국문과 동 대학원 문학박사.
1993년『 현대시』등단
시집<이서국으로 들어가다><유토피아 없이 사는 법>
<세상의 가시를 더듬다><구멍> 등
서울과학기술대 문창과 교수
제1회 클릭학술문화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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