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지상 / 황학주

폴래폴래 2010. 9. 12. 09:34

 

 

 사진:네이버포토

 

 

 

  지상

 

                         - 황학주 

 

 

 

 

 여기는 이상하다 이상하게

 한 사람씩 온다

 진짜로

 

 있을 때는

 모르지만

 

 여기는 이상하다 이상하게

 한 사람씩 간다

 모텔 같다

 

 당신과 조금씩 자다

 조금씩 깼더라면

 싶다

 

 어느 날 나는 오고

 당신은 오는 것을 잊는다 해도

 당신은 오른쪽으로만 돌아누워 자는 상사병

 앓는 나를

 다 잊지는 못할 것이다

 

 여기는 냄새가 난다는 게 문제지

 사랑만 필요했던

 연인들이

 믿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곳

 똑똑똑 노크를 하거나 전화벨을 울려주기까지 하는 곳

 

 정든 곳

 죽는 곳

 슬픈 것은 사랑을 보는 모텔 주인의 생각이요

 거기서 나온 인테리어 솜씨일 뿐

 

 

 

 

  『시와사람』2010년 가을호

 

 

 

 

 

   - 1954년 광주 출생. 세종대,한양대,우석대 대학원 국문과 박사.

      1987년 시집「사람」으로 등단.

      시집<내가 드디어 하나님보다><갈 수 없는 쓸쓸함><늦게 가는 것으로 길을 삼는다>

      <너무나 얇은 생의 담요><루시><노랑꼬리 연> 등

      서울문학대상, 서정시학작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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