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네이버포토갤러리
연장전
- 이장욱
야구장과 축구장에서는 언제나 극적인 승부가 벌어지지만 실은
동물원에서도
꿈속에서도
심판은 사랑의 마음으로 선언한다, 승리와 패배를.
또한 영원한 타협을.
리플레이를.
나는 목표물을 향해 공을 던지고
편지를 쓰고
애원하고
정지한다.
공의 궤적이 툭 끊어지자,
갑자기 중력이 모든 것을 지배했다.
코알라가 나무에서 떨어졌다.
코끼리가 풀밭에 누워 일어나지 않았다.
심판은 사물들을 정확히 바라보려한다. 수첩과 시계와
또 가족관계를.
퇴장이 선언되는 순간 우리 모두의 죄책감은 어디로 가는가?
정거장 바깥에도 적들은 존재하는가?
울타리가 무너지면 순한 동물들은 어디로 달려가는가?
내가 찬 공은 아직도 다른 시간을 향해 나아가네.
이것이 무게라는 것입니다. 이것이 넓이라는 것입니다. 이것이 승부라는
것입니다. 이것이, 이것이,
나의 오늘밤이라는 것입니다.
이별과 망각이 선언된 뒤에도 선수는 질주한다.
포효하는 짐승들
극적인 정지장면
어디선가 날카로운 리듬으로 휘슬이 울린다.
기나긴 연장전이 시작된다.
『현대시학』2010년 8월호
- 1968년 서울 출생. 고대 노문과 同 대학원 졸업.
1994년『현대문학』시 부문 신인상 등단.
시집<내 잠 속의 모래산><정오의 희망곡>
2005년 장편소설<칼로의 유쾌한 악마들>로 제3회 문학수첩작가상 수상.
2010년 제3회 웹진 시인광장 올해의 좋은 시상 수상.
조선대학 문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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