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체주머니의 잠
- 김지녀
보이는 것을 집어삼키기 위해
내 몸의 절반은 위가 되었다 가끔
헛배를 앓거나
묽어진 울음을 토해냈지만
송곳도 뚫고 들어올 수 없는 내벽의 주름들은
쉴 새 없이 움직이며
굶주린 항아리처럼 언제까지나 입을 벌리고 있다
안쪽으로 쑥 손을 넣어 악수하고
손끝에 닿는 것들을 위무하고 싶은 밤
나는 만질 때에만 잎이 돋는 나무 조각이거나
따뜻해지는 금속에 가깝다
오늘 내 안에 꽉 들어찬 것은 희박하고 건조한 공기
기침을 할 때 튀어나오는 금속성 소리
날카롭게 찢어진 곳에서, 푸드득 날아간 새는 기침의 영혼인가
한 문장을 다 완성하기도 전에
소멸하는 빛과 밤, 사이에서
나는 되새김질을 반복했다, 반복해도
소화되지 않는 나의 두 입술
밧줄처럼 허공에 매달린 나는 공복중이다
사물들의 턱뼈가 더욱 강해진다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2009년 11~12월호
- 1978년 경기 양평 출생. 성신여대 국문과, 고대 국문과 박사과정 수료.
2007년『세계의 문학』신인상 등단
시집<시소의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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