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물체주머니의 잠 / 김지녀

폴래폴래 2009. 11. 24. 19:05

 

 

 

 

 

 

      물체주머니의 잠

 

                                           - 김지녀  

 

 

 

 보이는 것을 집어삼키기 위해

 내 몸의 절반은 위가 되었다 가끔

 헛배를 앓거나

 묽어진 울음을 토해냈지만

 송곳도 뚫고 들어올 수 없는 내벽의 주름들은

 쉴 새 없이 움직이며

 굶주린 항아리처럼 언제까지나 입을 벌리고 있다

 

 안쪽으로 쑥 손을 넣어 악수하고

 손끝에 닿는 것들을 위무하고 싶은 밤

 나는 만질 때에만 잎이 돋는 나무 조각이거나

 따뜻해지는 금속에 가깝다

 

 오늘 내 안에 꽉 들어찬 것은 희박하고 건조한 공기

 

 기침을 할 때 튀어나오는 금속성 소리

 날카롭게 찢어진 곳에서, 푸드득 날아간 새는 기침의 영혼인가

 한 문장을 다 완성하기도 전에

 소멸하는 빛과 밤, 사이에서

 

 나는 되새김질을 반복했다, 반복해도

 소화되지 않는 나의 두 입술

 

 밧줄처럼 허공에 매달린 나는 공복중이다

 사물들의 턱뼈가 더욱 강해진다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2009년 11~12월호

 

 

             - 1978년 경기 양평 출생. 성신여대 국문과, 고대 국문과 박사과정 수료.

               2007년『세계의 문학』신인상 등단

               시집<시소의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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