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푸른 만돌린이 있는 방 / 권현형

폴래폴래 2009. 11. 20. 17:26

 

 

 

 

 

 

      푸른 만돌린이 있는 방

 

                                                - 권현형  

 

 

 

 나환자 마을이었다가 전쟁으로 불타버려 다시

 들어섰다는 마을, 당신이 사는 그곳의 내력을

 이야기할 때 문득 당신이 붉은 꽃잎으로 보였지요

 나병을 앓고 있는 젊은 사내로 슬픈 전설의 후예로

 

 나무 잎새들 당신의 머리카락 햇결처럼

 물이랑 일던 초여름이었지요

 꽃잎, 작디 작은 채송화들이 마당 가득 재잘거리고 있던

 그 집, 그 방, 당신 방에는 작은 악기가 걸려 있었습니다

 아무도 한 번도 켜본 적 없다는

 흰 벽 위에 벙어리 만돌린이 내걸려 있던 방

 당신이 좋아한다는 여자의 편지를 읽어주던

 내가 없던

 다른 여자가 있던,  햇살이 엉켜 어지럽던

 

 그 골방처럼 모든 내력은 슬프지요

 켤 수 없으므로 아름다운

 푸른 만돌린에 대한 기억처럼

 

 

 

            시집『중독성 슬픔』시와시학사 1999

 

 

 

           - 1966년 강원 주문진 출생.강릉대 영문과 경희대 대학원 석,박사.

              1995년「시와시학」등단.

             2006년 한국 문화예술위원회 창작지원금 수혜.

             2009년 제2회 미네르바작품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