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네이버포토갤러리
기담(奇談)
- 김경주
지도를 태운다
묻혀 있던 지진은
모두, 어디로
흘러가는 것일까?
태어나고 나서야
다시 꾸게 되는 태몽이 있다
그 잠을 이식한 화술은
내 무덤이 될까?
방에 앉아 이상한 줄을 토하는 인형(人形)을 본다
지상으로 흘러와
자신의 태몽으로 천천히 떠가는
인간에겐 자신의 태내로 기어 들어가서야
다시 흘릴 수 있는 피가 있다
시집『기담』문지 2008
시인의 말
내게 시를 쓰는 일은 피부에 살았던 기억이 전혀 없는 설계도를 새겨 넣고, 그 설계 안으로 들어가보는 일이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가난한 파충류는 곧 몸에서 열을 뱉어내고 그것을 먹기 시작한다) 그러나 시를 쓰건 쓰지 않건 시를 생각하는 행위에는, 언어를 열고 보면 그 속에 존재하는 멀미와 미로 때문에라도 언어 속의 가로등과 진피가 재구성되어야 한다. 그것은 실험이라고 보기에는 혁명에 가깝고, 혁명에 가깝다고 보기엔 너무나 원초적인 주저함에 가까워서 우리는 조금씩 열렬한 불순물에 가까워질 뿐이다. 너무 선명한 고해가 피로해서 나는 도처에 어지럽혀져 있다. 여기선 그 혈액을 흔들어보기로 한다.
바람은 한 번도 목장을 갖지 못했고, 목장은 한 번도 바람을 가두지 못했다.
이 시집을 세계를 활공하는 두두에게 바친다.
2008년 가을
김경주
- 1976년 전남 광주 출생. 서강대 철학과 졸업.
2003년 대한매일(서울신문)신춘문예 당선.
극작가로 활동.
'詩心의 향기 > 시詩(필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친 사랑의 노래 / 진은영 (0) | 2009.10.30 |
---|---|
개명(改名) / 김경주 (0) | 2009.10.30 |
피아노악어 / 서영처 (0) | 2009.10.29 |
고등어 울음소리를 듣다 / 김경주 (0) | 2009.10.29 |
가을에는 / 최영미 (0) | 2009.10.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