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門에 기대어
- 송수권
누이야
가을 山 그리메에 빠진 눈썹 두어 낱을
지금도 살아서 보는가
淨淨한 눈물 돌로 눌려 죽이고
그 눈물 끝을 따라가면
즈믄밤의 江이 일어서던 것을
그 강물 깊이깊이 가라앉은 苦惱의 말씀들
돌로 살아서 반짝여 오던 것을
더러는 물 속에서 튀는 물고기같이
살아 오던 것을
그리고 山茶花 한 가지 꺾어 스스럼없이
건네이던 것을
누이야 지금도 살아서 보는가
가을山 그리메에 빠져 떠돌던, 그 눈썹 두어 낱
을 기러기가
강물에 부리고 가는 것을
내 한 盞은 마시고 한 盞은 비워 두고
더러는 잎새에 살아서 튀는 물방울같이
그렇게 만나는 것을
누이야 아는가
가을山 그리메에 빠져 떠돌던
눈썹 두어 낱이
지금 이 못물 속에 비쳐 옴을
시집『山門에 기대어』문학의전당 2006
1940년 전남 고흥 출생. 서라벌예대 문창과
1975년『문학사상』신인상 등단.
시집<꿈꾸는 섬>등 시선집 저술 다수.
문공부예술상, 소월시문학상, 정지용문학상,
영랑시문학상, 김달진문학상, 김동리문학상,
서라벌문학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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