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山門에 기대어 / 송수권

폴래폴래 2009. 10. 26. 09:59

 

 

 

 

 

 

 

         山門에 기대어

 

                                          - 송수권  

 

 

 

 누이야

 가을 山 그리메에 빠진 눈썹 두어 낱을

 지금도 살아서 보는가

 淨淨한 눈물 돌로 눌려 죽이고

 그 눈물 끝을 따라가면

 즈믄밤의 江이 일어서던 것을

 그 강물 깊이깊이 가라앉은 苦惱의 말씀들

 돌로 살아서 반짝여 오던 것을

 더러는 물 속에서 튀는 물고기같이

 살아 오던 것을

 그리고 山茶花 한 가지 꺾어 스스럼없이

 건네이던 것을

 

 누이야 지금도 살아서 보는가

 가을山 그리메에 빠져 떠돌던, 그 눈썹 두어 낱

 을 기러기가

 강물에 부리고 가는 것을

 내 한 盞은 마시고 한 盞은 비워 두고

 더러는 잎새에 살아서 튀는 물방울같이

 그렇게 만나는 것을

 누이야 아는가

 가을山 그리메에 빠져 떠돌던

 눈썹 두어 낱이

 지금 이 못물 속에 비쳐 옴을

 

 

          시집『山門에 기대어』문학의전당 2006

 

 

 

           1940년 전남 고흥 출생. 서라벌예대 문창과

           1975년『문학사상』신인상 등단.

           시집<꿈꾸는 섬>등 시선집 저술 다수.

          문공부예술상, 소월시문학상, 정지용문학상,

          영랑시문학상, 김달진문학상, 김동리문학상,

          서라벌문학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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