情夫들
- 김민서
『사랑의 기술』한 체위 배워보려고
급한 대로 소파에 누워 동침했던
사내는 나를 농락했다
『모국어의 속살』을 사랑한
사내가 있어 나는 그가
헤집어 놓은 속살을 애무하며
밤낮으로 몸이 달았더니
『사랑은 지독한 그러나 너무나 정상적인 혼란』이라고
위로해주는 사내도 있었다
뭇사내들의 장작 같은
이론의 허벅지 더듬으며
현란한 혀가 흘려놓은
페로몬의 행간을 따라
밤 마실 가는 일 잦았고
어떤 날은 소처럼
생각의 풀을 되새김질하기도 했다.
언제부터였나, 말씀이 멀고
공허가 팔위에서 뻐근한데
글자들이 교묘히 비껴간 자리에
보인다!
뼈도 없고 머리도 꼬리도
분명치 않은 채
우글거리는 구더기떼
어지러워라
내 욕망이 기어 다닌 몸 자국들.
『시와사람』2008년 가을호
- 서울 출생. 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 재학중
『시작』제6회 신인상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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