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네이버포토갤러리
불륜의 사랑, 믿지 마요
- 신현림
요즘 유부남들은 과부 한 명쯤 세컨드로 거느리려 하죠. 든든한 세퍼드를 거느리듯 와이프와 정이 없다며, 이혼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며, 일부일처제의 등불 켜 댑니다. 달뜬 유부녀도 마찬가지. 남편과 정신의 매듭은 10년 전에 끊겼다며 정신적 싱글을 주장하죠.
어느 술자리를 갔더니 불륜 현행범들로 가득하더군요. 다들 믿지 나요. 곶감 주듯 쉽게 마음 주지 말고. 내 후배는 6년간 호시절 다 놓치고 술에 찌들어 패인 됐어요.
도덕 윤리의 줄넘기를 넘자는 게 아니죠. 사랑하려면 제대로 하라는 거죠.
풀꽃 하나, 볼펜 하나 애정 선물도 주며 계산 말고 철저히.
섹스의 아우성이면 사랑의 언어를 더럽히지 말고, 스스로 미화시키지 말고
정성 다한 연인 힘들 때 부담이다 도망치는 웬수 되지 말고
부인 앞에서 배반의 수류탄 던지는 비열남 되지 말고
일부일처제의 사회 통념은 만리장성을 닮았지요. 달나라에서도 훤히 보이는 철책. 절대 안 넘어집니다. 장성 밑 땅굴 파는 불륜 족속들은 여전하겠지요.
헤어져도 남는 건 색정보다 마음이 담긴 물정이래요. 준 만큼 못 받고 쌓이면 떠나는 게 사람이고. 통로 잘 살피면 널린 게 솔로지요. 생각을 바꾸면 환한 기운 메아리같이 퍼질 겁니다.
시집『침대를 타고 달렸어』민음사 2009
- 경기 의왕 출생. 아주대 국문과. 상명대 대학원 사진학과
시집<해질녘에 아픈 사람> 등
에세이<내 서른 살은 어디로 갔나>
사진에세이<나의 아름다운 창>
미술에세이<신현림의 너무 매혹적인 현대미술>
산문집<시간 창고로 가는 길>
동시집<초코파이 자전거>
역서<러브 댓 독><비밀 엽서><포스트잇 라이프>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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