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으면서 자는 죽음
- 장승리
너를 만나고 돌아와 거울 앞에 서니 위는 하얀 블라우스 아래는 잠옷 바지 거울이 내 왼쪽 눈썹을 쓱 다 밀어 버리고 그제야 세로토닌 수치가 올라가고 뭉텅뭉텅 빠지는 머리카락과 와르르 빠지는 이빨이 만나 천둥 번개를 치고 춤추다 지친 검은 바람은 훔쳐 온 손가락으로 태양의 콧구멍을 후벼 파고 캄캄한 밤하늘이 잠깐 환하게 정전되고
네 쌍둥이를 낳는 꿈 오줌 누다 변기 속으로 4×4를 흘려 보내는 아무도 닮지 않아 건져 낸 죽음 이 아이의 아버지는 누구인가 두 개비만 피우고 내다 버린 담뱃갑들이 내 무덤에 칼처럼 꽂혀 있고 나는 비눗방울이 아닌데 나는 나비가 아닌데 거대한 꽃상여에 치여 죽고* 싶어 하던 너 떨어지는 나를 붙잡기 위해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을 수 있겠니
*『쇼펜하우어 인생론』에 언급된 인도인의 윤리 중 하나.
시집『습관성 겨울』민음사 2008
自序
겨울만 존재하는 상자가 있다.
눈이 녹아도 젖지 않는 상자,
내가 그 안에 있었는지 밖에 있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2008년 8월
장승리
- 1974년 서울 출생.
2002년《중앙일보》신인문학상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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