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네이버포토
가족 박물관
- 이사라
한 개의 꽃이 활짝 피었다가 또 지는 중이다
방 안에서
마루 끝에서
건널목 저편에서
그때마다 꽃 그림자가 피는 밤
오래도록 꽃이 피었다가 지면
가족은 가족사진이 되고
액자 유리에 납작해진 가족은
드디어 조화가 된다
만 년 동안 살아 있다고 전해지는 밤에도
눈이 오고
봄이 오고
또 눈이 오고
한 사람이 눈길을 걷다가
눈이 덮어버린 길이 궁금해지고
궁금하지 않던 그 길이 궁금해지고
삽 하나 들고
부드러운 것은 부드럽게 파헤치고
날카로운 것은 날카롭게 피헤치면
박물관 하나가 나타난다
관 속에 조용히 누워 있는데도
가족은
그가 살아 있다고 믿는 밤
신화를 쪼고 있는 부리 단단한 새도
잠들지 못하는 밤
흰 눈과 흰 뼈로 만나서
뽀드득뽀드득 소리를 내는 꽃밭이 아름답다
시집『가족박물관』문학동네 2008
- 1953년 서울 출생. 이대 국문과 同대학원 졸업.
1981년『문학사상』등단.
대한민국문학상 수상.
서울산업대 문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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