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네이버포토갤러리
종달새
- 송찬호
나는 달린다 달팽이보다 더 빨리
지렁이보다 더 멀리 나는 달린다
종아리에 피리 구멍이 터져 흐를 때까지
나는 이제 당분간 통속한 새들의 시장을 떠난다
신문도 보지 않고 일기예보도 듣지 않고 화단에 물도 주지 않는다
내 몸의 피리 구멍으로 무거운 피가 모두 빠져
나갈 때까지 나는 달려야 한다 더 가벼워져야 한다
강물 조약돌에 비친 물고기 눈 속에
갈대들이 부는 휘파람 속에
꼭 쥔 아이의 주먹 속에
공중에 파종할 새들의 씨앗이 들어 있다*
나는 나뭇가지에 새로운 서정의 집을 짓는다
앞으로 내 꿈은 저 들판의 푸른 종지기,
나는 솟구친다 나는 비상한다
나는 온몸으로 꽃들을 타종한다
나는 달린다 바람보다
더 빨리 구름보다 더 멀리
내 푸른 종아리에 종달새 산다
* 장석주의 시「고양이」의 변용.
시집『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문지 2009
- 1959년 충북 보은 출생. 경북대 독문과 졸업.
1987년『우리시대의 문학』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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