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의 오솔길/시창고

도깨비기둥 / 이정록

폴래폴래 2008. 12. 2. 14:32

 

 

 

           

 

                도깨비기둥 

                                                             이정록

 

당신을 만나기 전엔,

강물과 강물이 만나는 두물머리나 두내받이, 그 물굽이쯤이 사랑인 줄 알았어요.

 

피가 쏠린다는 말, 배냇니에 씹히는 세상 어미들의 젖꼭지쯤으로만 알았어요.

바람이 든다는 말, 장다리꽃대로 빠져나간 무의 숭숭한 가슴 정도로만 알았어요.

 

당신을 만난 뒤에야, 한밤

강줄기 하나가 쩡쩡 언 발을 떼어내며 달려오다가, 또 다른 강물의 얼음 진군進軍과 맞닥뜨릴 때!

그 자리, 그 상아빛, 그 솟구침, 그 얼음울음, 그 빠개짐을 알게 되었지요.

 

당신을 만나기 전엔,

얼어붙는다는 말이 뒷골목이나 군인들의 말인 줄만 알았지요. 불기둥만이 사랑인 줄 알았지요.

 

마지막 숨통을 맞대고 강물 깊이 쇄빙선碎氷船을 처박은 자리,흰 뼈울음이 얼음기둥으로 솟구쳤지요.

당신을 만난 뒤에야,

그게 바로 도깨비기둥이란 걸 알았지요. 열 길 물 속보다 깊은

한 길 마음만이 주춧돌을 놓을 수 있다는 것을.

강물은 흐르는 게 아니라 쏠리는 것임을.

 

알았지요, 다 얼어버렸다는 것은 함께 가겠다는 것.

금강金剛기둥으로 지은 울음 한 채, 먼 하늘주소까지.

 

 

 

 

'文學의 오솔길 > 시창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울음이 타는 가을 강 / 박재삼  (0) 2008.12.07
배꼽 / 문인수  (0) 2008.12.05
목돈 / 장석남  (0) 2008.12.01
분꽃이 피었다 / 장석남  (0) 2008.12.01
돌층계 / 장석남  (0) 2008.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