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의 오솔길/시창고

죽순 / 송연우

폴래폴래 2008. 11. 8. 11:50

 

 

    죽순     /  송연우

 

삶의 현장은 어디나 싸움터였다

 

갑옷처럼 대껍질을 포개 입고

바람의 울음이 늘 출렁이던 대밭

발치의 죽순을 자르니

진저리치듯 대쪽들이 몸을 떤다

 

질긴 껍데기를 한장씩 벗기니

오동통 부드러운

하얀 모란 꽃빛살

마디마디 울음을 가둔 소리의 방

 

곧은 어미의 성깔을 빼닮은 어린 죽순을

뜨물에 보글보글 삶아 우려낸다

 

도마 위에 놓고 저민

노르스름한 어린 울음을

한 접시 식탁에 올려놓으면

구들장만한 돌을 밀어올리던 어린 장사                                                        

힘센 추억 하나 꿈속에서 돋아난다

 

울타리로 선 대나무숲이

저녁 내내 시비걸듯 서걱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