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순 / 송연우
삶의 현장은 어디나 싸움터였다
갑옷처럼 대껍질을 포개 입고
바람의 울음이 늘 출렁이던 대밭
발치의 죽순을 자르니
진저리치듯 대쪽들이 몸을 떤다
질긴 껍데기를 한장씩 벗기니
오동통 부드러운
하얀 모란 꽃빛살
마디마디 울음을 가둔 소리의 방
곧은 어미의 성깔을 빼닮은 어린 죽순을
뜨물에 보글보글 삶아 우려낸다
도마 위에 놓고 저민
노르스름한 어린 울음을
한 접시 식탁에 올려놓으면
구들장만한 돌을 밀어올리던 어린 장사
힘센 추억 하나 꿈속에서 돋아난다
울타리로 선 대나무숲이
저녁 내내 시비걸듯 서걱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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