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래폴래 2020. 9. 10. 11:11

파란 돌

 

                                한강

 

 십 년 전 꿈에 본

 파란 돌

 아직 그 냇물 아래 있을까

 

 난 죽어 있었는데

 죽어서 봄날의 냇가를 걷고 있었는데

 아, 죽어서 좋았는데

 환했는데 솜털처럼

 가벼웠는데

 

 투명한 물결 아래

 희고 둥근

 조약돌들 보았지

 해맑아라,

 하나, 둘, 셋

 

 거기 있었네

 파르스름해 더 고요하던

 그 돌

 

 나도 모르게 팔 뻗어 줍고 싶었지

 그때 알았네

 그러려면 다시 살아야 한다는 것

 그때 처음 아팠네

 그러려면 다시 살아야 한다는 것

 

 난 눈을 떴고,

 깊은 밤이었고,

 꿈에 흘린 눈물이 아직 따뜻했네

 

 십 년 전 꿈에 본 파란 돌

 

 그동안 주운 적 있을까

 놓친 적도 있을까

 영영 잃은 적도 있을까

 새벽이면 선잠 속에 스며들던 것

 

 그 푸른 그림자였을까

 

 십 년 전 꿈에 본

 파란 돌

 

 그 빛나는 내(川)로

 돌아가 들여다보면

 아직 거기

 눈동자처럼 고요할까

 

 

 

 시집<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문지 2013

 

 

 1993년 계간<문학과사회>로 시 등단. 1994년<서울신문>신춘문예 소설 당선

 소설집<여수의 사랑><내 여자의 열매><노랑무늬영원><검은 사슴><그대의 차가운 손>

 <채식주의자><바람이 분다, 가라><희랍어 시간>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