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래폴래 2020. 8. 30. 14:57

  나비

                         김사인

 

 

 오는 나비이네

 그 등에 무엇일까

 몰라 빈 집 마당켠

 기운 한낮의 외로운 그늘 한 뼘일까

 아기만 혼자 남아

 먹다 흘린 밥알과 김칫국물

 비어져나오는 울음일까

 나오다 턱에 앞자락에 더께지는

 땟국물 같은 울음일까

 돌보는 이 없는 대낮을 지고 눈시린 적막 하나 지고

 가는데, 대체

 어디까지나 가나 나비

 

 그 앞에 고요히

 무릎 꿇고 싶은 날들 있었다 

 

 

 

 시집<가만히 좋아하는> 창비 2006

 

 

 

 1955년 충북 보은 출생. 서울대 국문학과, 고려대 대학원 .

 1982년 동인지 <시와 경제> 창간동인 시집<밤에 쓰는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