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래폴래 2020. 6. 17. 10:21

 

 

   해바라기

 

 

                     변희수

 

 꿈을 묻는 사람에게

 고개가 잘 돌아가지 않는다고

 아침마다 거울 속에서

 주근깨가 가득한 얼굴을 꺼내 보여주었다

 해가 떴으니까

 이제는 말해도 괜찮다는 사람 앞에서

 검은 입을 가리고 노랗게 웃었다

 

 밝아졌다고 둥근 게 휠씬 잘 어울린다고

 말하는 사람들 앞에서

 뒤통수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누렇게 붙은 해가 떨어지지 않았다

 

 까마득한 곳에서 내려갈 수 없었다

 

 

 시집<거기서부터 사랑을 시작하겠습니다> 시인동네 2020년

 

 

 

 경남 밀양 출생. 2011년 영남일보, 2016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

 시집<아무 것도 아닌, 모든> 천강문학상, 제주 4.3 평화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