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결혼 / 신미균

폴래폴래 2020. 3. 26. 10:54

 

 

 

        결혼

 

                        신미균

 

 베란다 밖에 꽂혀 있는

 깃발이

 창문을 마구 때립니다

 

 그러다

 깃대를 뱅글뱅글 돌아

 꼼짝도 못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다시 반대로 뱅글뱅글 돌아

 펄러덕거리고 있습니다

 

 하루 종일 혼자서

 

 이리 펄럭

 저리 펄럭

 얼마나 몸부림을 쳤는지

 아랫도리가 여기저기

 찢겨져 있습니다

 

 거기서

 도망치고 싶어

 미쳐 버린 것 같습니다

 

 

 시집『길다른 목을 가진 저녁』파란 2020년

 

 

 

 1996년<현대시>로 등단. 서울교육대 졸업

 시집<맨홀과 토마토케첩><웃는 나무><웃기는 짬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