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드문 축복 / 천양희

폴래폴래 2018. 9. 20. 14:14






             드문 축복



                               -천양희


 들판에 나가 들꽃을 본다

 절정의 빛을 보여주는

 들국화 들의 국화

 꽃에도 화품(花品)이 있었구나


 산속에 들어 산새를 본다

 뼛속이 비어서 가볍게 날 수 있는

 산새들 산의 새들

 새들도 소중하게 살고 싶어서 숲속에 들었구나


 바람결에 낙엽 흩날리는 나무를 본다

 지극한 몸짓으로 맨몸의 귀향을 준비하는

 나뭇잎들 나무의 잎들

 나무도 자기에 이르는 길을 알고 있었구나


 놀라운 일 겪을 때마다

 문득, 내 안에

 천둥소리가 크게 들렸다

 하루 내내

 하늘은 쪽빛이었다


 그럴때면 나는

 밤중에 옥수수가 자라듯

 쑥쑥 성장했다



 서정시학 2018년 가을호




  -1965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신이 우리에게 묻는다면><사람 그리운 도시>

   <하루치의 희망><마음의 수수밭><오래된 골목><너무 많은 입><나는 가끔 우두

   커니가 된다> 육필시집<벌새가 사는 법>등 소월시문학상, 현대문학상, 대한민국

   문화예술상, 공초문학상, 박두진문학상, 만해문학상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