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우연이 아니다 / 신달자
폴래폴래
2018. 6. 25. 14:48
제29회 김달진문학상 시집 『북촌』신달자
우연이 아니다
-신달자
북촌으로 온 것은 우연이 아니다
할아버지 노방저고리 단추만 한 이 한옥도 우연이 아니다
나는 되돌아서서
다시 되돌아서서
느리게 느리게 북촌을 걸으며 되돌아서서
걸어온 내 생을 본다
산으로 둘러싸인 작은 가을 마을 거창
가끔 하늘이 열리며 서울을 그리워하던 곳
어머니라는 말 친구라는 말 사랑이라는 말을 배운 일
그렇게 산에서 부산 바다로 다시 서울 한강으로
그게 어디 우연이겠는가
되돌아서서 바라보면 다 예쁘다
다시 돌아가진 않겠지만
결코 돌아가진 않겠지만
나는 지금
다시 되돌아서서
지난 시간들을 어루만진다
어루만지다가
노후의 계단을
시큼하게 본다
시집<북촌>에서, 서정시학 2018년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