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영업 끝났습니다 / 석민재
폴래폴래
2017. 11. 11. 17:00
영업 끝났습니다
석민재
어제 앉았던 자리에 오늘도 앉아
종일 환했거나 어두웠던 구멍을 씻는다
가랑이사이에 갖다 댔던 샤워기를
입에 대고 아, 아, 아, 아, 아
파란 플라스틱구멍에 항문을 맞추면
안녕하다, 안녕하다
달 목욕을 하는 사람이 있다
달이 떠야 밖으로 나가는 사람이 있다
등짝을 후려쳐 줄 누군가도 없는 사람이
거울 앞에 있다 웃든지 말든지
출근하는 사람들이 싫어
아침이 싫어
멀쩡한 내가 싫어
금이 간 바닥처럼 쩍쩍, 다리를 벌리면
달랑거릴 살덩어리도 없다
미리 깎을 수염도 없다
항문처럼 캄캄한 탕 속에서
식어빠진 돼지수육처럼 깜박, 앉아서 잠이 들었다가
삐거덕삐거덕 문을 열고 나가는 사람처럼
안녕하십니까
『발견』2017년 겨울호
-1975년 하동 출생. 2017년<세계일보>신춘문예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