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술의 미학 /김밝은

폴래폴래 2017. 8. 13. 14:22





          술의 미학


                                  -김밝은



 가끔 심장이 시큰둥해지는 날


 곱게 부순 달빛가루에 달콤한 유혹의 혀를 잘 섞은

 목신 판의 술잔을 받는다


 찰나의 눈빛에 취해 비밀의 말들을 너무 많이 마셨나

 날을 세운 은빛 시선이 애꿎은 꽃잎만 잘라내고 있다


 물구나무서던 시간들이

 절룩거리는 기억을 붙잡고 일어서고

 살 속에 섞인 위험한 말들 잠들지 못해

 서로 흔들리고, 깨어지기도 하면


 옆구리를 내어주며 쨍쨍 부딪치던 건배의 얼굴이

 늑골 어딘가에 콕콕 박혀 가쁜 숨을 몰아쉰다


 끝내 토해내지 못해

 상처 난 이름으로 가슴 울렁거리고


 손가락만 흔들어도

 열꽃처럼 번져가는 뜨거운 노래들로

 바람 속 영혼들처럼 마음 흩날리는 날*


 사랑이 사랑으로도 치유되지 않아

 벌거벗은 혀들이


 술잔 속에서 팔딱거리고 있다



 *인디언 달력에서 1월을 뜻하는 말중'바람 속 영혼들처럼 눈이 흩날리는 달'에서 따옴.




 시집『술의 미학』미네르바 2017년




 -한국방송통신대 교육과 졸업. 2013년 <미네르바>로 등단.

 미네르바 편집위원, 월간문학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