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망해사 / 박성우

폴래폴래 2016. 10. 20. 17:10






        망해사



                                   -박성우


  심포에는 바다에 몸을 던지려다가

  문득, 머리를 깎은 뒤

  제 스스로 절이 된 망해사가 있다

  시퍼렇게 깎은 머리를 한 채

  벼랑 끝에 가부좌 틀고 앉아 수행하는

  망해사 낙서전이 있다


  망해의 생살을 밀고 나온

  검붉은 사리 하나 서해로 떨 어 진 다

  닳아진 염주처럼 떠 있던 고군산열도,

  바닷물 붉게 그 사리를 닦는다


  잘 씻겨진 보름달이 젖은 채로

  곧 올려질 것이다




  시집『거미』창비 2002년




  -1971년 전북 정읍 출생. 원광대 문창과 동대학원 박사 수료.

   200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거미><가뜬한 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