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조금 먼 아침 / 김선우
폴래폴래
2016. 10. 5. 10:23
제5회 발견문학상 수상
조금 먼 아침
김선우
나비는 네거리로 갈 것이다
한 나라를 상여에 싣고 장지로 가는 동안
먹은 것 없이 자주 체하는 백 년이에요,
낭인의 노래 위에서 나비가 잠시 졸고 끝없이 잠시 졸고
도시는 격렬한 척 시든다
꿈에서 만난 죽은 사람에게
흰죽을 한 숟가락씩 떠먹이는 자세로
나는 네거리에서 흰죽을 먹고 있다
숟가락을 쥔 오른 손의 그림자
아주 희미한 나비의 웃는 그림자
당신은 어느 쪽이에요?
나는 어젯밤 나를 만났어요.
가객의 본업은 죽은 사람을 만나 못 다한 그의 이야기를 듣는 일
가객의 부업은 산 사람의 고단한 저녁에 피가 도는 날개를 달아주는 일
시집『녹턴』2015, 문학과지성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