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부분일식 / 한영수

폴래폴래 2016. 7. 19. 14:19





                 부분일식


                                              - 한영수


   더덕에 고추장을 발라 굽는다

   알파고와 소주잔을 나누는 저녁이다


   석쇠가 뒤집는 살짝의 힘

   구멍 뚫린 힘

   익은 것도 날것도 아닌

   더덕도 고추장도 아닌

   살짝 비껴선 맛


   알파고는 알까

   중심이 여러 개인 중심

   비워야 채워지는 잔

   깨지기 위한 것


   바둑의 최고수를 읽을 수는 있지만

   머리가 아홉 개 달린 뱀처럼

   100분의 2초 만에 18만 권의 책을 이해할 수는 있지만*

   한 잔 소주에 흔들리는 저녁

   흑을 쥐고

   힘을 빼는 힘


   모를거야

   오전 열시부터

   천천히 해를 깨문 달

   살짝 물린 해의 기분


   *영화<Her>



   『서정시학』2016년 여름호




   -2010년『서정시학』등단. 시집<케냐의 장미><꽃의 좌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