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봄나물 다량 입하라기에 / 김민정

폴래폴래 2016. 4. 6. 09:59






            봄나물 다량 입하라기에



                                                                - 김민정


  있을 때 사둔다

  무침으로도 버무리고 국으로도 끓이고

  죽으로도 불린다

  봄이 가면 냉이는 잡초 따위라지 않는가


  봄처녀도 아니면서,

  나물 이름 보고 나물 이름 따라 읽는

  한글 떼는 중에 아이도 아니면서,

  애나 개나 생기면 아꼈다 불러야지

  지천으로 나물 향이나 퍼뜨릴 욕심으로,


  냉이는 왜 냉일까요

  그러거나 말거나 부르면 명찰이지

  냉이야 쑥아 달래야 두릅아

  개중 씀바귀는 씀바귀야 씀박아

  호명으론 좀 쌉싸래해서 별로다 싶고

  손맛보다는 이름 맛이 나물 맛이라

  국산 냉이 두 움큼 크게 집어

  달아주십사 하니 2960원


  산에 가 뜯어봐야 알까나

  장에 가 팔아봐야 알까나

  싼 건지 비싼 건지 도통 가늠이 안 되는

  냉이더미를 놓고 나물 값을 매기는

  플러스마트 나물 코너 아저씨가

  조끼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들 적에


  냉이는 그냥 냉이라요

  한자로는 제, 제채라 부른다는데

  보니까 겨잣과 식물이라대요

  겨자는 노랭인데 냉이 어디가 노란가

  아무리 봐도 그건 나도 모르겄소


  계산대 뒤로 줄 선 나를 끝끝내 찾아와

  휴대폰 속 동아백과사전에 뜬 냉이를

  굳이 보여줄 필요까지는 없었는데 그러한

  아저씨의 친절이 내일의 시나 될까 싶었는데


  저기 저 참으로 간 아저씨

  손으로 코 푸는 소리 들린다




  『발견』2016년 봄호





  -1976년 인천 출생. 1999년<문예중앙>으로 등단.

    시집<날으는 고슴도치 아가씨><그녀가 처음 느끼기 시작했다>

    박인환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