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관악산에서 만난 부처님 / 정이경

폴래폴래 2016. 1. 25. 14:38






       관악산에서 만난 부처님



                                                 - 정이경


     봄빛이 자릴 잡았겠거니 마음먹고 나선 길

     난데없는 폭설이 내 발걸음을 앞질렀다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다하는 내가 안쓰러웠나

     정상이 멀지 않다는 이정표가 반겨준다

     연주암 공양간을 들며나던 사람들의 긴 행렬

     점심시간이면 공짜로 국수를 먹을 수 있단다

     순간 마음 안쪽이 열리는 이 느낌

     불자이거나 아니거나 모두에게 돌아간

     따뜻한 그 한 그릇에 담긴 염화시중拈華示衆을 알아채는 일은

     순전히 그대의 몫이려니

     새 두어 마리 허공에서 빙그르르 돌다

     먼 곳으로 날아간다




     시집『노래가 있는 제국』고요아침 2015




     -경남 진해 출생. 1994년<심상>으로 등단.

       경남문인협회,경남시인협회 회원.

       현재 경남문학관 근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