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의 오솔길/신인상

2016년 무등문예 당선작

폴래폴래 2016. 1. 3. 10:17

 

 

2016 무등문예 신춘문예 시 당선작

  

                                                                                                 사진<네이버 포토갤러리>빈구름(barkda)님

 

 

비가 오고 이팝꽃이 떨어지고 진흙이 흘러내리고 



 

무덤 자리에 기둥을 세운 집이라 했다

비가 오고 이팝꽃이 떨어지고 진흙이 흘러내리고

나는 당장 갈 곳이 없었으므로

무너진 방을 가로질러 뒤안으로 갔다

항아리 하나가 떠난 자들의 공명통이 되어 여울을 만들고 있었다

관 자리에 몸을 누이고 잠을 청하던 일가는 어디로 갔을까?

한때 그들은 지붕을 얹어준 죽은 자를 위해

피붙이 제삿날에 밥 한 그릇 항아리 위에 올려놓았을 것도 같고

그 밥 그릇 위에 달빛 한 송이 앉았을 것도 같은데

지금은 항아리 혼자 구멍 뚫려

떨어지는 빗방울의 무게만큼

물을 조용히 흘러 보내고 있었다

산자와 죽은 자의 눈물이

하나가 되어 떠나는 것 같았다 어디를 가든

이 세상에 무덤 아닌 곳 없고

집 아닌 곳 없을지도

항아리 눈을 쓰다듬으려는 순간

이팝꽃이 내 어깨에 한 송이 툭 떨어졌다

붉은머리오목눈이 후두둑 그 집을 뛰쳐나갔다

비가 오는 날 내 방에 누우면

집이기도 하고

무덤이기도 해서

내 마음은 빈집

항아리 위에 정한수를 올려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