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베스킨라빈스 / 김재근
폴래폴래
2015. 12. 25. 11:25
사진:네이버포토
베스킨라빈스
- 김재근
꽃을 얼리면 악기가 되지
노란 열매와 파란 잎을 컵에 담아두면
빛을 찾아가지
빛은 차고 맑아
함부로 혀를 댈 수 없지
어둠을 건너온 걸까
서늘한 빛의 그림자가 심장을 빠져나간 걸까
오늘 일기는 냉기로 채워지고
밤에는 그림자를 지우겠지만
백년이 지나지
다시 백년이 더 지나
꽃의 눈빛을 읽을 때
환절기 감기처럼 나는 쿨럭이지, 컵 안에서
꽃에 혀를 대면 바람 맛이 나고
백년 동안 바다는 얼고
착시처럼 물결처럼 눈동자는 철썩이지
얼린 꽃들이 얼린 빛을 연주할 때
먼 생을 다녀온 꽃의 맥박 하나 천둥처럼 잠을 두드리지
『서정시학』2015년 겨울호
-2010년<창작과비평>으로 등단. 시집<무중력 화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