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목포의 눈물 / 이인주

폴래폴래 2015. 6. 28. 12:30

 

 

 

          사진:네이버포토

 

 

 

                     목포의 눈물

 

                                                       - 이인주

 

     폐허도 한 송이 꽃이다

     그 붉고 난만한 꽃진이 자아내는 여흔은

     아무나 발할 수 없는 불립문자다

     뻘밭 페이지를 넘기면

     그녀가 걸어온 길이 태풍 뒤의 고요처럼 누워 있다

     한 세상의 끝에서

     간단히 뛰어내려본 자만이

     그 지독한 사체의 냄새를 향기롭게 맡을 수 있다

     누가 뜨거운 자궁을 폐허로 읽는가

     어둠이 습자지처럼 스며드는 갯벌

     아무도 몰래 부풀다 자결해 버린

     한 송이 꽃의 절정을,

     그녀를 차고 환하게 승천하는

     바람의 눈매가 젖은 광휘로 읽힌다

     꽃 진 다음

     상처의 배꼽, 밑자루로 받쳐 올리는

     가없는 눈빛

     다가가는 모든 위무의 손을 부끄럽게 하는

     폐허 위에서는 함부로 흩날리는 꽃잎을 노래해서는 안된다

     헝클어진 풍경을 오독해서도 안된다

     다만 눈을 감고 끝없이 펼쳐지는 뻘밭 문장을 맨발로 느껴야 한다

     그녀가 가르치는 저 뭉클한

     포복의 예의를 제대로 읽는 인간이라면

 

 

 

     2010년『목포문학상』수상시.

 

 

 

      -경북 칠곡 출생. 경북대 화학과 동 대학원 졸업.

       2006년<서정시학>등단. 수주문학상, 신라문학대상,

       평사리문학대상, 목포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