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꽃의 기억 / 복효근

폴래폴래 2015. 6. 6. 15:17

 

 

 

 

                      사진:네이버포토

 

 

                꽃의 기억

 

                                                  - 복효근

 

   어시장 꽃게들이 트럭에 실려 떠난 자리

   꽃게들의 다리가 널려있다

 

   몸통은 어디론가 다 떠났는데

   남은 집게다리는 아직도

   지켜야 할 그 무엇이라도 있다는 듯이 꼭 아물려 있다 더러는

   이쯤이면 됐다는 듯

   무엇을 기꺼이 놓아준 표정이다

 

   제 몸을 먹여 살렸던 연장이며

   제 몸을 지키던 무기였던 것

   종내는 제 몸을 살리기 위해

   제 몸으로부터 스스로를 떼어냈을 터

 

   몸통이 두고 갔거나

   다리가 몸통을 떠나보냈거나

   한 쪽 손을 두고 떠난 이주 노동자처럼

   꽃게에게 마음이 있다면

   집게발에 들어있을 것이다

 

   끝까지 버틴 흔적,

   그래서 남겨진 꽃게의 집게다리엔

   슬픈 꽃무늬가 있다

 

 

   『불교문예』2015년 봄호

 

 

 

   -1962년 전북 남원 출생. 1991년 <시와 시학>등단.

     시집<당신이 슬플 때 나는 사랑한다><버마재비 사랑>

     <새에 대한 반성문><누우 떼가 강을 건너는 법>

     <목련꽃 브라자><마늘 촛불><따뜻한 외면>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