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목련의 고통 / 김영남
폴래폴래
2015. 3. 23. 16:38
목련의 고통
- 김영남
하숙집 앞집 뒤란은 언제나 신비한 것들이 널려 있곤 했다
세수하다 건너다보는데, 그때 핀 목련은 끙끙 소리가 났다
담임 선생님 받아넘기는 정구공이 담벼락 위를 넘고 있었고
친구 반 선생님 공은 네트를 넘지 못해 그 아래로 떨어졌다
연립주택 연통 곁에 핀 목련을, 골목 돌아 나오는 여학생
교복 칼라에서 보고, 그것도 정구공이라 뻑뻑 우긴적 있다
몸살로, 며칠을 출근하지 못하고 겨우 회복해 창틈으로 본
뜰의 목련은, A4 복사 용지를 수없이 낭비하다 들키곤 했다
안녕, 오랜만이야 담벼락들 네트들 복사기들 하며 정구공들이
운동시켜오는데, 오늘 난 창백한 가슴만 말아 쥐고 이렇게 끙끙
시집『가을 파로호』문지 2011년
- 1957년 전남 장흥 출생. 중앙대 대학원 예술대학원 졸업.
1997년<세계일보>신춘문예에 정동진역이 당선.
시집<정동진역><모슬포 사랑><푸른 밤의 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