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의 오솔길/신인상
바오밥나무 유배지에서 / 이경준
폴래폴래
2014. 12. 18. 16:54
사진:네이버포토(풍운아님)
제26회 서정시학 신인상
바오밥나무 유배지에서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온 편지
- 이경준
오스트레일리아 바오밥나무는
신에게 머리를 쳐들고 대들다
머리가 땅에 박히는 벌과
3억 년 유배형을 받고
마다가스카르 가족을 그리며
동굴 옆에 산다
눈물은 속으로 쌓고
그리움은 달빛에 섞여 앙금이 되었다가
밤에 몰래
종기 같은 꽃을 피워내는데
너의 아픔을 나는 안다
우리의 태양은 저 달빛
노란 눈물콧물 닦아주겠노라
박쥐가 천사처럼 날개를 펴고
바오밥나무의 종기를 감싸 닦으며
거꾸로 서서
밤을 지새우곤 한다
척박한
오스트레일리아 서쪽 끝
동굴에는
바오밥나무와 박쥐가 산다
『서정시학』2014년 겨울호
-1983년 생, 건국대 국어국문학과/중어중문학과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