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의 오솔길/신인상

미네르바 신인상

폴래폴래 2013. 11. 28. 07:24

 

 

 

 

 

 

 

 

          2013년 미네르바  하반기 신인상

 

   

          술의 미학

 

                                              - 김밝은

 

 

 가끔 심장이 시큰둥해지는 날

 

 곱게 부순 달빛가루에

 달콤한 유혹의 혀를 잘 섞은

 목신 판의 술잔을 받는다

 

 찰나의 눈빛에 취해

 비밀의 말들을 너무 많이 마셨나

 날을 세운 은빛 시선이

 애꿎은 꽃잎만 잘라내고 있다

 

 물구나무서던 시간들이

 절룩거리는 기억을 붙잡고 일어서고

 살 속에 섞인 위험한 말들, 잠들지 못해

 서로 부딪치고 깨어지기도 하면

 멀리 사과밭에선 지진이 일기도 했을까?

 

 옆구리를 내어주며 쨍쨍 부딪치던 건배의 얼굴이

 늑골 어딘가에 콕콕 박혀 가쁜 숨을 몰아쉰다

 

끝내 토해내지 못해 상처 난 이름으로

 가슴 울렁거리고

 손가락만 흔들어도 열꽃처럼 번져가는

 뜨거운 노래들로

 바람 속 영혼들처럼 마음 흩날리는 날*

 

 사랑이 사랑으로도 치유되지 않아

 발가벗은 혀들이 술잔 속에서 팔딱거리고 있다

 

 

  *인디언 달력의 1월을 뜻하는 말 중'바람 속 영혼들처럼

   눈이 흩날리는 달' 에서 변용.

 

 

  - 본명 김기옥. 전남 해남 출생. 방통대 교육과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