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입술 / 황학주
폴래폴래
2013. 11. 6. 16:50
사진:네이버포토
입술
- 황학주
우리는 서로 오래 속마음이던 입술을 댔다
같은 괴로움이었기 때문이다
고개를 돌린 채 배 위에 손을 올린 상한 수다들, 피 섞인 폭설들
염치 불구하고 그 늪 만져보는 동안
얼얼해진 입술은 은사시나무 하나에 젖어든 빗물을 악물고
몸이란 캄캄하다고 하는 건데 너, 몸 맞아?
말해버린 다음에는 소용이 없고
누구에게는 안 보이는 곳이지만 입술 안쪽에 깨물린 두근거림이 산다
둘도 하나도 아니며 그 중간도 그냥 둘을 합친 것도 아닌
아마도 生이라는
입술에 대하여 입술로 우리는 지극하게
앓았다
『시와표현』2013년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