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고요의 음계 / 김추인

폴래폴래 2013. 10. 23. 22:40

 

 

 

 

 

 

 

   고요의 음계

         ─생명의 환幻

 

 

                                                     - 김추인

 

 

  문득 궁금해지는 고요의 깊이, 어느 만큼 깊어질 때 임계의 음역에 깃드는 것인지

  그 떨림의 경계에서 피었을 꽃을 조우하다

 

  미농지 빛 엷은 잠 속에서 나비를 좇는 듯 하느작이는 나울거리는 꽃의 날개짓.

  Bb,판타지풍의 몽환적 고요가 꽃잎을 들어 올리고 있는 몇 초 사이 젖비린내 헤집으며 오시는 어린 목숨을 보다

 

  그대 물안개 하늘 오르는 해율海律 본 적 있으시던가

  그 함묵의 깊이로부터 도드라져 나왔을 희디흰 배냇짓 뭉클 사무쳐오는 젖내 아득하던 기억 있으시던가

  일령 아기의 물푸레나무 잎새만 한 잠 곁

  고요의 옷을 입은 깃 치는 소리는 그냥 희다 우주가 거기 계시다

 

 

 

 『문학사상』2013년 9월호

 

 

 

  - 1947년 경남 함양 출생. 연세대 교육대학원 국문학과 졸업.

    1986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온몸을 흔들어 넋을 깨우고>

    <나는 빨래예요><광화문 네거리는 안개 주의보><벽으로부터의

    외출><모든 하루는 낯설다><전갈의 땅>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