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눈물냄새 / 김은숙

폴래폴래 2013. 5. 14. 10:48

 

 

 

 

 

   사진:네이버포토갤러리

 

 

 

 

   눈물냄새

 

                                        - 김은숙

 

 

 11월 하늘에서는

 눈물냄새가 난다

 

 봄이면 약속처럼 얼굴 내민 이파리들이

 서리 내린 지상 향해 고요히 묵상하는 시간

 우주의 생명들이 무거운 몸과 마음의 중심을 내려놓고

 더 낮게 깊숙이 숙연해지는 시간

 땅속 깊은 곳에서도 눈물냄새가 난다

 

 하루하루 수북이 쌓이는

 낙엽 닮은 시간의 순리를 생각할 때

 국화꽃 이파리들도 하나 둘 시들해지는

 어쩔 수 없는 저 이유를 생각할 때

 서둘러 이생을 건너가신 아버지가

 문득 내게 건너오신다

 

 11월 목질만큼 단단한 철갑을 두르고

 속내를 드러내지 않던 아버지는

 이 계절 나무를 닮았다

 나무의 옹이를 닮았다

 계절을 건너는 바람을 닮았다

 아버지 기억에서는

 바람냄새가 난다

 11월 바람에서는

 눈물냄새가 난다

 

 

 

 『시에』2013년봄호

 

 

 

  - 1961년 충북 청주 출생.

    시집<그대에게 가는 길>로 등단.

    <창밖에 그가 있네><아름다운 소멸><손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