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물끄러미 / 길상호

폴래폴래 2013. 4. 8. 10:26

 

 

 

 

 

 

 

 

      물끄러미

 

                                                 - 길상호

 

 

 

 물끄러미라는 말

 

 한 꾸러미 너희들 딱딱한 입처럼 아무 소리도 없는 말

 

 마른 지느러미처럼 어떤 방향으로도 몸을 틀 수 없는 말

 

 그물에 걸리는 순간

 

 물에서 끄집어낸 순간

 

 덕장의 장대에 걸려서도

 

 물끄러미,

 

 겨울바람 비늘 파고들면

 

 내장도 빼버린 배 속 허기가 조금 느껴지는 말

 

 아가미 꿰고 있는 새끼줄 때문에

 

 너를 두고 바다로 되돌아간 그림자 때문에

 

 보아도 아무것도 볼 수 없는 말

 

 

 

 

 시집『눈의 심장을 받았네』실천문학 2010년

 

 

 

 -1973년 충남 논산 출생. 한남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200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오동나무 안에 잠들다><모르는 척>

  현대시동인상, 천상병시상, 김달진 젊은시인상 수상.